기관은 사들이고 개인은 판다 – XRP 보유 구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2026년9월23일(수)

XRP 시장에서 최근 몇 달 사이 눈에 띄게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가격이 흔들릴 때마다 대형 지갑(고래)들은 오히려 물량을 늘리고, 소액 지갑들은 물량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고래가 개미를 턴다”는 익숙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시세 조작 이상의 구조적 변화가 읽힙니다. 리플 소송 이슈와 규제 불확실성 속에 있던 XRP가, 이제는 골드만삭스·밀레니엄·시타델 같은 월가의 이름들과 함께 언급되는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의 보유 구조 변화를 온체인 데이터로 짚어보고, 우리가 이 흐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96시간 만에 3조 원 – 최근 고래 매집의 실체

가장 최근 사례부터 보겠습니다. 온체인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에 따르면 지난 나흘(96시간) 동안 대형 지갑들이 약 15억 4,000만 개의 XRP, 금액으로 약 22억 달러(약 3조 원)를 집중 매집했습니다. 이 기간 XRP 가격은 8.22% 올랐는데, 매수세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기술적으로는 1.60달러 부근까지는 뚜렷한 매물대가 없어 완만하게 오를 여지가 있지만, 그 위로는 과거 약 25억 개의 XRP가 손바뀜한 저항 구간이 버티고 있어 본격적인 추세 전환 전에 한 차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8월 중순 XRP가 1달러 아래로 밀렸을 때도 정반대의 그림이 펼쳐졌습니다. 가격이 빠지는 바로 그 시점에 100만~1,000만 XRP를 보유한 고래 지갑들이 하루 만에 1억 9,000만 개를 사들였고, 이런 지갑 수 자체도 2025년 12월 이후 연중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같은 시기 1,000만~1억 XRP 보유 지갑들의 합산 잔액도 5주 만에 약 6억 개 늘었습니다. 가격이 떨어질 때 대형 보유자들이 더 사들이는 패턴이 올해 내내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움직이는 개인 투자자

문제는 같은 시기 소액 지갑들의 움직임입니다. 온체인 분석업체 산티먼트 데이터를 보면, XRP가 6월 말 1달러에서 1.16달러로 반등하던 구간에서 10만~1억 XRP를 보유한 고래·상어급 지갑들은 잔액을 2.8% 늘린 반면, 가장 작은 지갑들은 오히려 보유량의 5.2%를 팔아치웠습니다. 산티먼트는 “역사적으로 XRP 가격은 대형 보유자와 더 밀접하게 움직이고, 가장 작은 소매 지갑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번에도 그 패턴이 그대로 반복된 겁니다.

즉 가격이 오를 때 개인은 “여기서 더 오르겠냐”며 팔고, 기관·고래급 자금은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사들이는 구도가 지금 XRP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두 집단이 정확히 반대의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고,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대체로 대형 보유자의 판단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기관은 왜 지금 XRP로 들어오는가

이 흐름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습니다. 코인베이스가 올해 1월 1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 35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이미 18%가 XRP를 보유하고 있고 25%는 올해 안에 XRP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73%는 올해 암호화폐 보유량 자체를 늘리겠다고 했고, 66%는 직접 코인을 사는 대신 ETF·ETP 같은 규제된 상품을 활용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기관 자금은 유행을 좇기보다 유동성, 규제 환경, 상품 구조를 먼저 따진 뒤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 응답 자체가 XRP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실제 자금 집행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4분기 13F 공시를 통해 현물 XRP ETF에 1억 5,38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당시 알려진 미국 기관 중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후 보유 규모는 약 2억 1,100만 달러로 늘었고, 그마저도 한 상품에 몰아넣지 않고 비트와이즈·프랭클린템플턴·그레이스케일·21셰어스 네 개 ETF에 고르게 분산했습니다. 상위 30개 기관이 보유한 XRP ETF 전체 중 골드만삭스 비중이 73%에 달할 정도로, 소수의 대형 플레이어가 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초기 단계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밀레니엄매니지먼트, 시타델, 제인스트리트 같은 헤지펀드들의 이름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ETF로 유입된 물량은 거래소에 남아있는 유동 물량과 성격이 다릅니다. 현재 약 8억 300만 개의 XRP가 ETF 보관에 묶여 있고, 거래소 보유량은 40억 개에서 15억 개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ETF는 일반 투자자와 달리 장기 보유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유통 가능한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인 셈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ETF 누적 유입이 40억~80억 달러에 이를 경우 2026년 말 XRP가 8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고, JP모간도 첫해 유입액을 40억~84억 달러 선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갑 수 증가, 개인 투자자가 늘었다는 착시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XRP 지갑 수 증가를 두고 “개인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812만 개에 달하는 XRP 레저 지갑 가운데 상위 10%에 들려면 겨우 2,120개의 XRP만 있으면 됩니다. 반대로 상위 1% 미만의 소수 고래 계정이 유통 물량 대부분을 쥐고 있는 극심한 쏠림 구조는 오히려 더 굳어지고 있습니다. 지갑 수 자체는 한 사람이 여러 지갑으로 물량을 쪼개거나 신규 유입이 생기는 등 다양한 이유로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지갑 수 증가를 곧바로 “새로운 매수자가 늘었다”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특히 리플 거래 비중이 유독 높은 한국 투자자들이 이 부분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지갑 수가 늘었다는 뉴스만 보고 “개인 투자자들도 다시 몰려오는구나”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실제로 물량이 어느 구간(소액 지갑인지 고래급 지갑인지)에서 늘고 줄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리하면, 지금 XRP 시장은 “기관은 사고 개인은 판다”는 구도가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 배경에는 ETF라는 새로운 자금 통로와 규제 명확화라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곧 “무조건 따라 사도 된다”는 신호는 아닙니다. 골드만삭스 한 곳이 기관 보유분의 73%를 차지할 만큼 아직은 소수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초기 국면이고, 고래 매집이 늘어난 직후에는 어김없이 저항 구간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패턴도 반복돼 왔습니다.

그렇다면 실전에서는 두 가지를 기준 삼아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첫째, ETF 자금 유입 추이(순유입이 꾸준히 이어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단발성 뉴스보다 훨씬 신뢰할 만한 지표입니다. 둘째, 지갑 수보다 구간별 보유량 변화(고래급 지갑이 늘고 있는지, 소액 지갑이 빠지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지금이 매집 국면인지 분산 국면인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래의 매집 타이밍을 그대로 쫓아가기보다, 이런 구조적 흐름을 참고해 저항 구간(현재 1.60달러 부근)에서의 변동성에 대비하며 분할로 접근하시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 본 콘텐츠는 교육 및 정보 제공을 위한 자료이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작성·편집: 머니마당 편집부
발행: 머니마당(Money Madang)
출처: 글로벌이코노믹, 코인데스크코리아, 비트코인뉴스, 토큰포스트, CBC뉴스, 코인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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